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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살아남기] 과제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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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들 잘 살고 계신가요? 러비 2.0 첫 특별기획은 '살아남기'입니다. 그리 멀지는 않은 과거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셀 수 없이 많은 대자보에 우리는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때로는 간지러울 정도의 괴로움이 때로는 자괴감 드는 무거움이 우리의 삶을 못살게 구는 지금, 우리의 삶에 살아남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힘든 우리네 삶을 돌아보고 "우리 여기에 살아남고 있노라"하고 외쳐보려 합니다.

 

과제에서 살아남기

 

편집위원 | 백주원

 

 2016년 2학기가 반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학우 여러분은 강녕하신지요? 필자는 강녕하지 못합니다. 2학년 2학기면 적응될 만도 한 것 같은데... 역시 학기를 난다는 건 동물이 겨울을 나는 것 마냥 힘에 부치네요. (이대로 동면하고 싶다.) 필자는 지금 생명에 지장이 올 정도는 아니지만 멘탈에는 충분히 지장이 올 만큼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비단 필자의 이야기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이 파릇파릇한 1학년이던, 대학물을 좀 먹어본 2, 3학년이던, 혹은 졸업을 앞둔 4학년 이던 간에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공공의 적. 바로 과제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죠.

 

210BBC335833F3B43514F0출처 - 네이버 웹툰 <공대생 너무만화>


 

 

 분명 과제를 다 한 것 같았는데, 남은 과제의 양은 왜 그대로일까요? 정신 바짝 차리고 며칠 간 몰려있던 과제를 다 한들, 그 동안 과제는 또 쌓여있기 마련입니다. 밥을 다 먹었더니 우리 강아지 많이 먹으라며 더 퍼 주시는 할머니 댁의 밥 마냥 과제는 듬뿍듬뿍 불어나네요. 아, 한 가지 차이점은 있네요. 밥 주걱은 공기가 비는 걸 기다려 주지만, 과제는 깜지가 되어가는 과제 목록지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하하, 이것 참 정이 넘쳐나네요.

 

 필자는 미대생입니다. 뭐, 한 문장으로도 요약 될 것 같지만 필자가 지면을 더 채워야 하기 때문에 몇 자 더 적어볼게요. 미대에 와보니 정말 다양한 걸 배우게 되더군요. 책으로만 배우던 고등학교와도 무척 달랐습니다.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는데 3년 전, 필자가 1학년 때 조형 원리(비례, 강조, 대비, 조화 등등...)를 활용해 평면/혹은 공간을 구성하는 법에 대해 배우는 강의였죠, 그럼 15주 동안 이것들만 달달 외워 시험을 쳤을까요? 절대 아니죠. 이론은 극히 일부이고, 시험도 안치는 대신 실습이란 명목 하에 3개의 과제를 했을 뿐입니다. 혹시 고작 과제 3개 가지고 뭘 그러냐는 독자님은 안 계시겠죠? 학기의 성적에 있어 무려 시험을 대체하는 과제인데 하루 만에 작품을 뚝딱 만들 수는 없겠죠. 물론 가능은 하겠지만... 그랬다간 아름다운 성적표를 받게 될 것입니다. “매주” 작업 진행 상황을 교수님에게 검사받아야 하니 과제가 3개뿐 일지라도 “매주” 있을 수밖에 없었죠. 4절지에 볼펜으로 빼곡하게 그림을 그려봤고, 2절지에 털실을 일일이 붙이며 고양이도 그려...? 만들어봤고(무려 줄무늬 고양이), 이게 정말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촤르륵 펼쳐지는 팝업 효과를 이용한 팝업북도 만들어 봤네요. 노가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과제들 덕분에 작업실에 박혀 새벽별을 보는 일도 잦았죠. 밀도 있는 작품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던 모 교수님,,, 잘 지내고 계십니까...?

뭐... 3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필자는 과제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전공에 더 깊이 파고들다 보니 그건 그거대로 과제가 너무 많네요. 시제품의 불편함을 개선코자 시장 조사와 인터뷰 과정을 거쳐 제품 하나를 디자인 해야 하고, 사용자의 행동에 맞춰 모터가 돌고 LED가 켜지는 램프도 만들어야 하고, 24시간 자동으로 돌아가는 가정용 친환경 식물 재배 시스템도 디자인해야 합니다. 전부 시험이 없는 과제들인데 왜 전 매주 시험기간에 있는 것 같죠? 아하하하, 자퇴하고 싶다.

 

 과제는 미대생만의 이야기가 아니죠. 위의 내용은 다만 저의 이야기일 뿐, 그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과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전공의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예상대로  과제에 한해선 저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단순하지만 어마어마한 과제의 양으로 압도된다고 공대생. 교재의 짝수 번 연습문제를 풀어 오래서 일 주일동안 꼬박 100문제를 풀어 갔더니 다음주까지 홀수 번 연습문제를 모두 풀어오라는 데자뷰를 겪어봤다고 하네요. 영문과 친구는 영어 음성음운론 수업에서 문장을 읽는 걸 녹음한 뒤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분석해오라는 과제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학수업 과제로 시를 써 가야 하는데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문창과 후배까지. 차라리 해야 할 것을 정해주는 과제가 훨씬 낫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전공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과제가 있을것입니다. 하지만 과제들의 공통점은 역시 하기 싫다는 거겠죠.

 

25284A375833F3EF1A7AE7출처 - 네이버 웹툰 <대학 일기>

 

 

 대학생으로서 해야 하는 게 참 많을 텐데 당장 마감해야할 과제가 있으면 항상 우선순위는 밀리기 마련이죠. 물론 과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는 학습에 충분치 않고, 과제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는 연습을 해야죠. 과제는 꼭 필요해요.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인간적으로 과제가 너무 많잖아...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과제를 많이 주면 학생들은 어떡하라는 걸까요. 우연히 이 수업, 저 수업의 큰 과제들이 운 나쁘게 한 주에 겹쳐 몰아져 나온다면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곤 해요. 거기다 시험기간 까지 겹치면... 히익...

 

 그렇다면 과제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근처 지인들에게 물어봤어요, 과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A양은 애초에 수강신청을 할 때 과제가 없을 것 같은 강의를 골라 듣는 게 방법이라고 하더이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는 팁일 수 있겠지만 미대생인 저에겐 별로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과제가 없을 것 같은 강의를 고르려면 그냥 전공 수업을 죄다 제쳐야 하니까요. B군은 시험을 포기하면 과제를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근데 이왕 시험 포기할꺼면 그냥 과제도, 성적도 죄다 포기하는 것이 어떨런지... C군은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동아리도 탈퇴하고, 인간관계도 포기하고, 드라마, 영화, 게임 등 취미도 끊으면 과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정말 그렇게 한다면 과제에만 올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과제로 피폐해져가는 삶에 그런 활력소조차 없으면 우리 스스로가 너무 불쌍해지지 않겠어요?

 

 제가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그냥 정신줄 꽉 붙들고,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으로 과제에 지친 하루를 견디고 내일을 맞는 것. 이것이 어쩌면 과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적인 정답이 아닐까요, 대학의 학습에 있어 과제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고, 결국 해야 하는 거라면 할 수 밖에 없겠죠. 스트레스는 필연적으로 생기겠지만 그것을 잘 해소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과제보다 러비를 선택해 이 기사를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 기사 끝났습니다. 이것만 보고 과제해야겠다고 생각하신 분이 계시다면, 이제 과제하러 가셔야죠? 그리고 무사히 살아남아 종강을 맞이합시다. 강녕하세요.

 

 

[특별기획-살아남기]는 매주 월요일에 약 10주간 연재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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